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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다른 문화, 다른 사고방식, 다른 삶에 관하여’, <플라워 킬링 문>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

최근 당신이 만든 영화들은 러닝타임 3시간 30분을 훌쩍 넘기고 있다. 대중성을 위해 2시간짜리 영화를 다시 만들 생각은 없나.

러닝타임은 스토리에 따라 달라진다. <아이리시맨>이나 <플라워 킬링 문>은 무척 복잡한 이야기다. 우리에게 필요한 전개 방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 러닝타임은 필요했다. 만약 2시간에 걸맞은 스토리를 고안해 낸다면 그 길이에 맞춘 영화를 만들 것이고, 90분짜리 영화나 4시간짜리 영화도 찍을 수 있다. 집에서 5시간씩 TV 시리즈를 보고, 3시간 30분이 넘는 연극을 보기도 하는 시대다. 성숙한 관객들은 연극이 아무리 길어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왜 사람들이 극장에서 3시간 30분짜리 영화를 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할 수 있다면 우리는 긴 영화도 계속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영화가 주는 감정을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이런 종류의 영화야말로 극장에서 봐야 한다.

긴 영화야말로 오히려 극장에서 볼 가치가 더 큰 작품이 많은 경향이 있음.

〈오펜하이머〉

비교적 머지않은 현대 인물을 다룬 전기 영화의 경우 재미있게 지켜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있다. 엄청난 위치에 오르게 된 주인공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것이다. 빼어난 성품을 소유한 위인이 아니고서야 결함을 보이는 것은 사람으로서 당연하며, 영화 내적으로 주인공에 매력을 보태는 것뿐 아니라 영웅화를 위한 편향 같은 오류에 대한 걱정도 덜어준다.

로버트가 사상검증의 피해자로 몰리며 옥죄어가다, 인사청문회의 쉬는 시간 중 스트로스 제독이 추측의 열변을 펼치며 상황이 반전되는 듯 보였다. 오펜하이머-스트로스 대립 구도에서 시점의 변경을 통해 알버트 시점에서 왜곡된 사건이 있었는지 풀어줄 흐름의 전환점으로 기대를 걸게 한 점이었다. ‘옳지만은 않은 주인공’이라는 매력적인 소재와 ‘양쪽의 정황을 모두 들어봐야 한다’는 보편적인 지론을 의식할 틈도 주지 않고 건드려 한층 현실적이며 긴장감 있는 묘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끊임없이 재배치된 시간적 배경 또한 정적인 대화로 이루어져 자칫 늘어질 수 있는 텐션을 정반대로 끊임없는 긴장에 몰아넣은 중요한 요소였다. 내가 이 점을 좋아하는 다른 이유로는, 마치 우리의 기억을 묘사한 듯하다는 점에 있다. 기억을 선형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얽히고설켜 실제 사건의 순서와 상관없이 머리를 난데없이 처들어오는 모습이야말로 우리를 기쁘게도 하고 골머리를 앓게도 하는 ‘기억’의 가장 가까운 모습일 것이다. 마치 이 영화 컷 편집의 태세처럼.

'오비완 케노비' 정정훈 촬영감독 "창의적 표현과 기술적 선택 사이에서 고민했다"

3화에서 가장 흥미진진했던 장면은 다스베이더와 오비완 케노비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주해 광선검 대결을 벌이는 장면이었다. 둘의 대결은 광선검에서 발광하는 빛에 의존할 만큼 어둡게 연출됐는데, 둘의 재회를 어떻게 그려내고 싶었나.

데보라 초우 감독과 함께 논의했던 건 다스베이더가 서 있는 모습조차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둠 속에 숨어 있다가 광선검을 켰을 때 그의 모습이 드러날 만큼 어둡게 찍어보자는 것이었다. 촬영 현장에서 둘이서 ‘더 어둡게, 더 어둡게’ 하면서 찍었다. 그럼에도 둘의 원래 의도보다 조금 더 밝게 찍히긴 했다. 한 가지 두려운 건 극장은 어느 정도 표준 상영 시스템이 갖춘 까닭에 스크린 밝기를 예측할 수 있는 반면, 스트리밍 매체는 각 가정의 TV마다 브랜드도, 밝기도, 감상 환경도 제각기 달라서 시청자들이 창작자의 의도를 온전히 감상할 수 있을지 창작자로선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제작진은 촬영 현장에서 최고의 화질을 자랑하는 4K 모니터를 두고 디테일을 체크하며 촬영하지만, 각 가정에선 4천만 원짜리 모니터로 이 시리즈를 보는 게 아니니까.

이걸 알고도 그랬다는 게 어이없음.

제대로 보려고 내가 한 짓:

  • 시간은 무조건 밤(해 떠 있으면 화면이 안 보임)
  • 집에 모든 불을 다 끄고
  • 불 켜진 방은 한 시간 동안만 문 열어두지 말라고 부탁함

극장급 암실 만들어야 겨우 보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