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중간보고
우선 제목 작명부터 유감을 표한다. 20개월의 군 복무 기간 동안 다방면으로 각인되고 뿌리내린 공직기관 문서식 사고가 나의 본래 색깔은 새까맣게 잊도록 만드는 바람에 저따위 제목밖에 쓸 수 없게 되었다. 보고서를 올릴 대상도 올려야 할 이유도 없다. 본문을 전혀 대표하지 못하는 제목이라 할 수 있으며, 알고도 고칠 나은 대안을 떠올리지 못하는 이 상황은 참극에 버금간다.
설 연휴부터, 그러니까 다른 관점에서의 한 해 시작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처음으로 경찰을 불러봤고, 아직도 피해를 치료하기 위해 주 1회씩 대학병원에 내원 중이다. 결코 받고 싶지 않던 종류의 치료를 받게 되었다. 효과는 크지만 비용 부담도 비례하기 때문에 내 발로 걸어들어가 받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됐다. 어찌보면 잔꾀로 덮어놓고 미루다가 터질 게 터진 것일 수도 있다. 오래 전부터 정석적인 치료법임은 알고 있었으니 이제 더 피할 생각은 없다. 그래도 내일이 있다는 사실이 안심이 될 수도, 공포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말에 통감하는 요즘이다. 통감은 너무 깊고, 동의라고 하자.
복무 이후로 5월 끝자락 초여름 바람의, 그 때만 날 수 있는 옅은 습도와 나뭇잎의 냄새를 싫어했다. 기억을 제일 즉각적으로 건드는 감각이 후각 아니던가. 입소 시기의 계절적 특징 자체가 트리거가 된 것이다. 그 향을 마주하면, 머리는 저릿하고 눈알이 분주하게 돌아갔으며 눈살은 찌푸러졌다. 날더러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꾸짖는 소리가 섞인, 수많은 숙인 고개 시점 프레임의 주마등이 길거리 한복판에서 틈조차 주지 않고 습격해왔다. 그냥 걸어가고 있었을 뿐인데 난데없이 자기효능감은 말라비틀어지고, 죽기만을 바라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딱 작년까진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