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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언

친목과 아부로 형성되는 파벌, 그리고 정치질. 세력이 생기면 규정을 무시하고 사람 따라 규칙이 정해지는 내로남불. 별 볼 일 없는 놈이 되어 계급과 상관없는 눈치를 받고 있어도 남은 기간 동안 계속 마주하며 지내야 한다는 압박감. 어느 순간 부조리 대신 더 무서운 게 남아있었다. 오염되고 작은 사회가 돌아가는 본모습 그 자체가 바로 그것이다.

내가 밖에서 어떤 것들을 보고 들으며 생각했는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진다. 호쾌하고 몸 잘 쓰지 않으면 같은 사람으로 봐 주지 않았다. 뻔뻔하게 고개 들고 살기 위해선 얼굴에 엄청 두꺼운 철판을 깔고 사는 수밖에 없었다. 공기와 피가 통하지 않아 속이 썩어문드러져,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질리도록 계속해서 외치는 이유를 간추리면, 내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사람이 없어 무력과 절망을 느낀다는 점에 있다. 기억이라는 가변성 높고 취약한 매체를 기반해 허공에 외치는 절규만이 나를 위한 유일한 증언이다. 같은 기억을 공유한 당사자들의 입을 빌 수 없는 건, 복무기간이 끝나면 서로에게 질릴 대로 질려 인류애를 상실한 채 각자 뿔뿔이 흩어지니 당연한 사실이다. 그런데 그들과는 달리 많은 걸 잊은 채 집으로 돌아온 나를 위해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증언해줄 사람은 어디에 있는가? 나는 누구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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