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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원동력
단상복무하던 때 “어떻게 하면 잘 버틸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냥 집에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버려라. ‘여기서 평생 이러고 살아야 하는구나, 내 남은 삶은 이게 전부고 그냥 여기서 지내기 위해 존재하는 거구나’ 하고 생각해라"라고 대답했던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이 악물고 버티면 남은 기간이 줄고 결국 집으로 돌아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등 다시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원동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희망을 모조리 배제하고 처음부터 주어질 기회는 없었다고 스스로에게 세뇌하는 쪽으로 사고방식을 설정했다. 상상할 수 있는 나은 미래를 비참한 지금 떠올린다면 그 대비가 극명해질 뿐이라, 희망은 그 자체로서의 의미를 퇴색해 버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희망의 본래 모습을 보존하고자 희망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그때 (집에 못 간다고 생각하라고 말하긴 했지만 한편으론) 바라왔던 미래인 지금은 무엇부터 어떻게 손대고 고쳐 나갈지 감조차 잡을 수 없다.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것이 서툴고 밉보이던 시절 들었던 “이것마저 못 버티면 밖에서 뭘 할 수 있겠느냐"는 말에 이제는 반대하지 않는다. 나는 사회 통념상 일반적이라고 여겨지는 그 과정마저 벗어날 수 없다는 무력함을 마주하고 아무런 발자국도 내딛지 못하고 있다.
나는 비관, 염세, 냉소 삼박자를 제일 경계하던 사람이고 아직까지 그렇다고 나름은 생각해.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것들과 비슷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아채니까 너무 싫더라.
아무튼 오히려 그런 사람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변해 버렸다는 소릴 듣기 무섭게 가깝던 사람들이 우수수 다 떨어진 건가 싶기도 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마음대로 투영하고 강요했던 걸까, 아니면 그냥 친구 한 명이 이상해지는 모습을 차마 받아들이기 싫거나 힘들어서 멀리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