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y
〈오펜하이머〉
미디어비교적 머지않은 현대 인물을 다룬 전기 영화의 경우 재미있게 지켜볼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있다. 엄청난 위치에 오르게 된 주인공이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그것이다. 빼어난 성품을 소유한 위인이 아니고서야 결함을 보이는 것은 사람으로서 당연하며, 영화 내적으로 주인공에 매력을 보태는 것뿐 아니라 영웅화를 위한 편향 같은 오류에 대한 걱정도 덜어준다.
로버트가 사상검증의 피해자로 몰리며 옥죄어가다, 인사청문회의 쉬는 시간 중 스트로스 제독이 추측의 열변을 펼치며 상황이 반전되는 듯 보였다. 오펜하이머-스트로스 대립 구도에서 시점의 변경을 통해 알버트 시점에서 왜곡된 사건이 있었는지 풀어줄 흐름의 전환점으로 기대를 걸게 한 점이었다. ‘옳지만은 않은 주인공’이라는 매력적인 소재와 ‘양쪽의 정황을 모두 들어봐야 한다’는 보편적인 지론을 의식할 틈도 주지 않고 건드려 한층 현실적이며 긴장감 있는 묘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끊임없이 재배치된 시간적 배경 또한 정적인 대화로 이루어져 자칫 늘어질 수 있는 텐션을 정반대로 끊임없는 긴장에 몰아넣은 중요한 요소였다. 내가 이 점을 좋아하는 다른 이유로는, 마치 우리의 기억을 묘사한 듯하다는 점에 있다. 기억을 선형적으로 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얽히고설켜 실제 사건의 순서와 상관없이 머리를 난데없이 처들어오는 모습이야말로 우리를 기쁘게도 하고 골머리를 앓게도 하는 ‘기억’의 가장 가까운 모습일 것이다. 마치 이 영화 컷 편집의 태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