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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인식과 낙천적 마음가짐은 반비례로 귀결할 수밖에 없는가
단상맹세컨대 나는 비관·염세·냉소 삼박자를 경계하는 사람이며, 오래 전부터 분명하게 서술한 기록도 있다. 전문 상담을 받으면서 치료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도 하다. 내가 굉장히 낙관적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러는 수 말고는 딱히 고를만 한 방도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내 방법을 믿고 회복에 전념하는 것뿐이라는 지론을 줄곧 관철해왔다. 나는 이를 ‘불가피적 낙관론’이라 부르기로 했다.
하지만 이 낙관론이 작년 한 해간 여러 시험을 지나 차츰 무너져왔음을 느꼈다. 시간과 금전 등 자원은 유한하고 상대적이며 그 지표는 감추고 싶어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상담은 지속될 수 없고, 증세는 호전되지 않으며, 이는 새로운 경험을 향한 기회마저 가로막아버린다. 이렇게 정체되어 있는 동안 주변을 비롯한 사람들은 이정표를 달성하고, 세상은 지수적으로 바뀐다.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의 역량이 커졌지만 나는 그 차이만큼 무력함을 느낀다.
글을 이렇게 끝낼 거야?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겠다는 방향이나 다짐을 세우지 않으려고? 숨이 붙어있는 이상 배제할 수 없잖아. 알고는 있다. 나는 다시 불가피적 낙관주의로 돌아가야 하고 그러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변화의 바람이 휩쓸고 간 내상을 소화할 힘밖에는 없다. 일단은 늘 하던 대로, 영화 챙겨보고 약 처방받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