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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회

단상

봄의 여러 비유들

요즘 신기하게 자고 깸의 사이클은 온전하다. 적어도 해 져 있을 때 잠들어 해 떠 있을 때 깨어있는다. 목요일에는 병원에 갔다. 선생님께서 악몽은 어떻냐고 여쭤보셨다. 약을 바꿨기에 반응을 체크하는 것이다.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그대로라고 단정지었다. 증량하기로 했다. 악몽과 도한이 출소하자마자 있던 건 아니었다. …

단상

현실 인식과 낙천적 마음가짐은 반비례로 귀결할 수밖에 없는가

맹세컨대 나는 비관·염세·냉소 삼박자를 경계하는 사람이며, 오래 전부터 분명하게 서술한 기록도 있다. 전문 상담을 받으면서 치료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기도 하다. 내가 굉장히 낙관적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러는 수 말고는 딱히 고를만 한 방도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내 방법을 믿고 회복에 전념하 …

단상

따뜻하다 했더니 비가 와서 그런 거였어?

나든 너든 ‘왜 살지’ 하고 날선 앙심을 품는 것조차 그만둔 지 오래다. 자의가 아니라 어느 순간 돌아보니 그런 상태였다. ‘탓’을 비롯한 왜곡장 펼치기는 은근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방어기제 발휘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럴 힘이 없다. 컵라면 두 개를 때려부었더니 탄수화물이 …

단상

눈을 뜨지 않는다

고름내가 지독하다. 꿈자리로부터 도망친 당신은 온몸으로 현실을 마주한다. 메마른 피부와 내려앉은 피딱지는 간지럼부터 따가움까지의 단계별 통각으로 신경 하나하나를 자극하며 떨어져나가며, 그렇게 떨어져나간 각질이 솜털과 맞닿음을 당신은 느낀다. 그리고 먼저 맞닿아있었음 역시 느낀다. 당신은 배가 고프다. 사람들은 개방적인 마 …

단상

2025 중간보고

우선 제목 작명부터 유감을 표한다. 20개월의 군 복무 기간 동안 다방면으로 각인되고 뿌리내린 공직기관 문서식 사고가 나의 본래 색깔은 새까맣게 잊도록 만드는 바람에 저따위 제목밖에 쓸 수 없게 되었다. 보고서를 올릴 대상도 올려야 할 이유도 없다. 본문을 전혀 대표하지 못하는 제목이라 할 수 있으며, 알고도 고칠 나은 …

단상

사람이 자꾸 죽었어.

해군 출신 친구와 복역 시절 얘기를 하다가, 당시 막 도입된 ‘평일 일과 후 외출‘ 제도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 그 정도는 혼자서 나갔다 왔다는 친구의 말이 굉장히 신기했다. 우리 군단에서는 그렇게 못 하게 했거든. 평일 외출뿐 아니라 주말에 나가는 외출·외박 통틀어 모두 그랬어. 왜냐면 애들을 내보내면 자꾸 죽었더 …

단상

2024년 마무리

올해였나 작년이었나, 옆집에 소동이 있었다. 거주하는 할머니께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신고가 접수된 모양이었다. 경찰과 소방관 분들이 문을 따기 위해 몇 시간을 북적북적 모여있었다. 그 뒤로는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 잘 살아만 계신다면야 이제 다른 집 사정이니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 다행이라고 할지, 이전엔 몰랐던 얼굴을 …

단상

4년

친구들에겐 버텨낸 시간, 가족들에겐 헛되이 내다버린 시간. 또 올림픽 한 번이 돌아올 주기. 출소한 지 사 년이 되었지만 스스로가 복역 중 적법한 방식으로 탈출하지 못한 등신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막 나왔을 때나 지금이나 같은 생각으로, 나쁜 사람들은 여전히 그쪽이 맞았지만 모자란 것도 역시 내 쪽이었다. ’남들 …

단상

내 시각

사람들은 똑똑하다. 자신만의 방식대로 기쁨을 향유하고, 애정을 맺고 확인하며 유대를 잇고, 종종 어려움에 부딪히지만 곧 털고 일어나며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찾고 집중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바람직한 모습을 한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에 비해 내 정신은 과거에 사로잡혔고, 가슴에는 아직도 원망과 왜곡된 아집만이 은은히 불씨를 …

단상

미루기와 통제권

중요한 결정을 미룬다. 사소한 것들도 미룬다. 얼마나 중요하느냐 하면 끼니도 포함일 정도다. 내 진로와 20대의 방향을 어떻게 정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그냥 지나보내고 있다. 내 머리는 다양한 스타일을 위해 기르기 시작했지만 이제 짧은 형태라면 어떤 모양새로 가꿀지 결정할 수 없어 자르지 못하고 있다. 직면과 선택의 회 …

단상

희망과 원동력

복무하던 때 “어떻게 하면 잘 버틸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냥 집에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버려라. ‘여기서 평생 이러고 살아야 하는구나, 내 남은 삶은 이게 전부고 그냥 여기서 지내기 위해 존재하는 거구나’ 하고 생각해라"라고 대답했던 적이 있다. …

단상

관계의 형태

편의점 점주님이랑은 친해지기 쉽지만 새로 만난 친구랑 친해지기는 어렵다. 관계의 형태는 항상 다르게, 그 다양한 모습의 부각은 기이함을 안겨주며 찾아온다.

단상

관심의 표현과 도움의 의무

교수님께 면담 요청이 왔다. 자기가 봐온 모습과 다르게 지내는 게 걱정되고 안쓰러웠다고 하셨다. 교수님은 기억하고 계셨다. 친구조차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내가 어떤 사람이었고 얼마나 변했는지 교수님은 알고 계셨다. 도움의 동앗줄 격으로 간신히 내려오는 관심의 표현은 그 출처나 거리가 종종 예상치 못했던 정도라 나를 …

단상

증언

친목과 아부로 형성되는 파벌, 그리고 정치질. 세력이 생기면 규정을 무시하고 사람 따라 규칙이 정해지는 내로남불. 별 볼 일 없는 놈이 되어 계급과 상관없는 눈치를 받고 있어도 남은 기간 동안 계속 마주하며 지내야 한다는 압박감. 어느 순간 부조리 대신 더 무서운 게 남아있었다. 오염되고 작은 사회가 돌아가는 본모습 그 …

단상

위로를 하는 사람에게 보답으로 욕을 했다

위로를 하는 사람에게는 보답으로 욕을 했다. 생각 없이 함부로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게 괘씸하고 어처구니없었다. 괜히 없는 장점을 억지로 꼬집어 내기보다 내 문제가 뭔지 듣고 싶었다. 사실 이런 식이면 누구도 조언해 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어느 때는 밑도 끝도 없이 내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에 대해 가능한 자주, 최대한 …